
<작품 소개>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오랜 시간 아내이자 엄마로 살아온 프란체스카가 떠돌이 사진작가 로버트를 만나면서, 자신이 ‘가족의 일부’가 아닌 ‘프란체스카 개인’으로서 어떤 삶을 원하는지를 처음으로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다.
단 4일간의 짧은 만남이지만, 그 속에는 삶의 방향성과 자아에 대한 깊은 고민, 그리고 진정한 사랑의 의미에 대한 질문이 응축되어 있다.


스토리 분석
이 스토리의 갈등 요소는 프란체스카의 남편과 로버트의 사랑의 방식에 대한 차이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프란체스카의 남편 역시 전통적 의미에서 좋은 남편에 부합하는 인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 로버트가 조금이라도 이기적인 사람이었다면 관객으로서 그의 선택을 지지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작품이 던지는 질문은 여기서 더 깊어진다. 남편이 사랑한 것은 ‘프란체스카’라는 한 개인이었을까, 아니면 ‘자신의 아내’라는 사회적 역할이었을까 아내의 내면에 진심으로 다가가려 하지 않았고 그녀가 무엇을 원하는 사람인지 묻지도 않는다. 프란체스카가 감정적으로 무너지는 순간에도 남편은 아내의 내면에 다가가기보다는 당황한 태도만을 보인다. 끝까지 아내의 이름을 부르지 않고 “당신”이라고만 말하는 언어 습관은 프란체스카를 고유한 존재가 아닌 단지 아내라는 사회적 역할로 인식해왔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반대로 로버트는 프란체스카에게 어떤 역할도 요구하지 않는다. 로버트는 프란을 쉽게 판단하거나 설계된 관계로 끌어들이려 하지 않는다. “당신 이야기가 궁금해요”라는 대사는 단순한 성애적 호기심이 아닌 존재 자체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된 말이다. 프란은 오랜 시간 억눌러왔던 욕망과 정체성을 스스로 다시 마주하게 된다. 그 관계는 단순한 일탈이라기보다,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자각을 일으키는 일에 가깝다. 로버트는 프란체스카 스스로가 자신의 욕망과 정체성을 자각하게 만드는 거울이다.
작품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프란체스카는 결국 로버트를 따라 떠나지 않고, 다시 자신의 가정으로 돌아간다. 이 결말은 낭만적인 사랑의 실현이 아니라 현실 속 자기 보존이라는 복잡하고 현실적인 선택으로 읽힌다. 프란체스카는 자신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해주는 사람을 따라가는 대신 오랜 시간 지탱해온 삶을 지키기로 한다. 이는 단순한 희생이라기보다 사회적 관계와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한 고통스럽고 단단한 결심이다.
그래서 이 작품은 ‘사랑’이라는 감정의 문제를 넘어서, 정체성과 역할, 그리고 개인의 자기 보존 본능에 관한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관객은 프란체스카가 누구로서 살아가고 싶었는지를 바라보는 동시에, 한 인간이 사회적 역할과 내면의 욕망 사이에서 어떻게 삶을 구성하고 선택해가는지를 지켜보게 된다. 우리가 일상 속에서 수행하는 관계의 역할들과 그 안에서의 자아는 과연 일치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로까지 사고가 확장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작품이 정말 좋다.
연출 분석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감정을 빠르게 고조시키거나 극적인 사건으로 몰아가지 않는다. 인물 사이에 서서히 쌓여가는 정서의 흐름을 따라, 관객도 자연스럽게 감정에 스며들게 된다. 프란체스카와 로버트는 처음엔 조심스럽고 거리감 있는 모습으로 시작하지만, 점차 서로를 알아가며 마음이 열리고, 결국 감정의 무게를 함께 감당하게 된다. 극이 끝나면 관객 역시 그들과 함께 시간을 보낸 것 같은 큰 여운이 남는다. 숏폼의 시대에 이런 묵직한 감정을 섬세하게 쌓아올린다는게 얼마나 어렵고도 관객 마음 속에 오래 남는 울림을 만들어내는 일인지 모든 창작물과 서사를 사랑하는 소비자이자 생산자로서 새삼 감탄하게 된다.
이 작품은 연극이라는 형식을 통해 시각적 언어를 굉장히 치밀하게 다룬다. 특히 무대 앞뒤를 분리해서 사용하는 방식은 마치 컷을 나눈 것처럼 느껴졌다. 로버트는 프란체스카와 있을 때만 무대 앞으로 나오고 다시 혼자가 되면 무대 뒤로 돌아간다. 전 세계를 누비는 떠돌이 사진작가로서 그는 늘 사회의 바깥에 있었고, 누군가를 가까이서 바라보되 그 안으로 들어가진 못했다. 하지만 프란체스카를 만난 순간에만 로버트는 프란의 삶에 이끌리듯 들어가게 되고, 프란체스카를 떠난 후에는 다시 무대 뒤에만 위치해있다. 그리고 가장 마지막 엔딩 장면에서는 프란체스카가 먼저 로버트가 있는 무대 뒤로 이동한다. 이 공간이동은 감정의 거리감, 관계의 흐름, 삶의 방향 전환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장치였다.
이런 연출은 만화나 애니메이션 작업을 할 때도 직접적으로 참고할 수 있을 것 같다. 시선의 방향, 프레임의 구성, 인물의 위치 변화만으로도 이야기의 감정선을 충분히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컷을 나누는 방식이 아니어도 감정을 분할하고 연결할 수 있다는 사실이 인상 깊었다.
또 극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연출 중 하나는 ‘시선’이 하나의 언어처럼 사용된다는 점이었다. 프란체스카로 예를 들지면, 프란체스카는 하늘을 바라보거나, 사진을 오래 들여다보거나, 아무 말 없이 테라스에 앉아 생각에 잠기곤 한다. 그녀가 어디를 바라보는지에 따라 감정의 방향이 달라지고 관객은 말보다 시선으로 그녀의 마음을 읽게 된다.
무대 위에서 이런 연출은 마치 카메라처럼 작동한다. 주요 캐릭터들의 시선은 하나의 프레임이 되어 장면을 감정적으로 구성하고, 캐릭터의 시선이 머무는 대상이 곧 서사의 중심이 된다. 만화나 애니메이션처럼 컷이 전환되지 않더라도 시선의 이동만으로 내러티브의 흐름이 생긴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단순히 감동적인 사랑 이야기라기보단 감정을 어떻게 쌓아올리고, 그걸 관객이 어떻게 따라가게 만들지 고민한 흔적이 많이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보는 동안에는 그저 인물들의 감정에 함께 몰입해서 웃고 오열하곤 했는데, 공연이 끝난 후 팀원들과 함께 연출에 대해 의견을 나눠보니까 감정의 리듬이나 동선, 시선 처리 같은 것들이 아주 정교하게 설계되어있었어서 놀라웠다.
뮤지컬 장르에서 흔히 등장하는 폭력적이고 자극적인 장면 없이도 이렇게 큰 울림을 줄 수 있다는 게 인상 깊었고 앞으로 내가 무언가를 만들 때도 이 감정의 밀도나 흐름을 더 의식하게 될 것 같다. 인물들이 서로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무대에서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같은 것들도 결국 다 감정선이구나 싶었다.
이번 공연은 청강대 문화원정대 활동을 통해 관람할 수 있었다!
좋은 작품을 보고, 창작자로서 고민할 거리를 많이 얻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개인 후기
웹툰 202381177 김민서
원래도 플레이컬쳐 지원사업에 만족하며 잘 이용중이었는데 이번 기회에 또 한 번 좋은 작품을 볼 수 있어 정말 즐거웠다. 뮤지컬은 가격이 높은 만큼 쉽게 관람하기 힘든데, 학교에서 이런 체험을 지원해준 덕분에 다양한 극장에도 가고 좋아하는 배우들도 보며 문화콘텐츠에 대한 역량을 높일 수 있어 좋았다.
202211100 이민정
플레이컬쳐 덕분에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라는 작품을 보게 되었다. 엄청 화려하진 않아도 감정전달이 잘되는 연출과 조명, 무대 활용의 방식들이 미니멀하면서도 정돈된 느낌이었다. 간간히 느껴지는 서부의 분위기도 좋았다. 뮤지컬은 뭔가 글 묘사나 영화의 영상언어와는 다른 결의 언어가 있는데 전공자가 아니라서 잘은 모르겠지만 그 느낌이 너무 좋다. 실제 배우와 무대장치가 내 눈앞에 실존하니 현장감과 몰입도가 엄청나다. 무대 뒤에 있는 옥수수밭 세트랑 하늘 풍경 화면 그래픽이 별거 아닌데 아늑하고 인물들과 같은 공간에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 신기했다.
세트를 옮기러 다니는 앙상블들도 몸짓을 우아하게 조절하는 것이 재미 포인트였다. 영화 소설 애니메이션의 매력이 다 있는 느낌이다. 애니메이션과 학생으로서도 많은 연출 공부가 되는 분야인 것 같다.
주제가 호불호가 갈리는 작품이어서 중간중간 마음이 불편하기도 했다. 아름다운 연출이지만 결국. 불륜이지 않나? 싶다가도 주인공의 전쟁 생존 서사, 죄책감, 결정적으로 가족들 곁에 남은 것, 가족들을 사랑하고 끝까지 보살핀 것, 그리고 진정한 사랑이 그 사람 단 한명이었다는 것 등 정상인적인 면모들이 많아서 눈물 흘리고 봤다.
예민한 주제인만큼 배우분들의 섬세한 연기도 중요한 작품인 것 같았다.
플레이컬쳐를 통해 이런 작품들을 접하고, 그 작품에 대해 생각해보는 활동들이 참 좋은 것 같다. 좋은 작품들과 그 안의 연출들을 보면서 참 흥미진진하고 창작욕이 샘솟는 것 같다. 예비창작자들에게 정말 감사한 프로그램이다. 플레이컬쳐가 아니었다면 가난한 대학생 처지에 볼 수 없었을텐데 정말 감사하다.
202311160 김지수
플레이컬쳐 덕분에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라는 작품을 보게 되었다. 엄청 화려하진 않아도 감정전달이 잘되는 연출과 조명, 무대 활용의 방식들이 미니멀하면서도 정돈된 느낌이었다. 간간히 느껴지는 서부의 분위기도 좋았다. 뮤지컬은 뭔가 글 묘사나 영화의 영상언어와는 다른 결의 언어가 있는데 전공자가 아니라서 잘은 모르겠지만 그 느낌이 너무 좋다. 실제 배우와 무대장치가 내 눈앞에 실존하니 현장감과 몰입도가 엄청나다. 무대 뒤에 있는 옥수수밭 세트랑 하늘 풍경 화면 그래픽이 별거 아닌데 아늑하고 인물들과 같은 공간에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 신기했다.
세트를 옮기러 다니는 앙상블들도 몸짓을 우아하게 조절하는 것이 재미 포인트였다. 영화 소설 애니메이션의 매력이 다 있는 느낌이다. 애니메이션과 학생으로서도 많은 연출 공부가 되는 분야인 것 같다.
주제가 호불호가 갈리는 작품이어서 중간중간 마음이 불편하기도 했다. 아름다운 연출이지만 결국. 불륜이지 않나? 싶다가도 주인공의 전쟁 생존 서사, 죄책감, 결정적으로 가족들 곁에 남은 것, 가족들을 사랑하고 끝까지 보살핀 것, 그리고 진정한 사랑이 그 사람 단 한명이었다는 것 등 정상인적인 면모들이 많아서 눈물 흘리고 봤다.
예민한 주제인만큼 배우분들의 섬세한 연기도 중요한 작품인 것 같았다.
플레이컬쳐를 통해 이런 작품들을 접하고, 그 작품에 대해 생각해보는 활동들이 참 좋은 것 같다. 좋은 작품들과 그 안의 연출들을 보면서 참 흥미진진하고 창작욕이 샘솟는 것 같다. 예비창작자들에게 정말 감사한 프로그램이다. 플레이컬쳐가 아니었다면 가난한 대학생 처지에 볼 수 없었을텐데 정말 감사하다.
202507007 김서영
CK컬쳐의 가장 큰 이점은 내 돈 내고 모험을 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뮤지컬 연극을 좋아한 지 4년 정도 되었는데, 그동안 생 돈 주고 너무 재미없어서 실패한 극들을 떠올리면 돈이 그렇게 아까울 수가 없다. 한 두 푼도 아니고 기본 4~17만원의 금액으로 처음 보는 극의 표를 살 때, 이전에 재미없는 극에 데인 적이 있다면 도박을 하는 기분이 들기 마련이다. 하지만 학교를 다니면서 지원금으로 새로운 공연을 도전할 수 있는건 정말 좋은 기회가 아닐 수 없다.
이번엔 대성공이라고 할 수 있겠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를 정말 재밌게 봐서 한번 더 보려고 내 돈 주고 표를 하나 더 샀기 때문이다^_^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를 한 줄 요약 하자면, 정말 아름다운 불륜 이야기였다. 친구들에게 이렇게 후기를 말하면 다들 웃지만 정말로 아름다운 불륜 이야기였다…
단 한번의 순간 이라는 넘버를 4년 전 부터 들었는데 극을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 넘버가 나오는 장면에서는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불륜 이야기라는 사실만 알고 다른 내용은 하나도 알지 못한 채로 봤는데 정말 재밌고 감동적이었다.
불륜을 저지르는 것은 가정파괴범이 되는 것이고 어떤 이유에서도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지만(지금도 여전히…)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완전히 다른 결말을 내놓았다. 다른 뮤지컬들이 으레 그렇듯(소재도 소재인지라..) 파멸 엔딩일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의외로 아니어서 놀라웠다.
원작 소설과 영화가 흥행한 이유를 알 것 같다.